줄거리
“우리 지옥에서 만나자. 기다릴게.” 황녀로 태어났으나 외가가 반역을 꾀했다는 이유로 일평생 멸시받아 마땅한 죄인이 되었다. 숨 막히는 황궁 생활에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이복동생 조안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쳤다. 지식도 전략도 하나뿐인 연인까지도. 조안나를 대신해 전쟁을 끝낼 수만 있다면 적국 괴물 대공과의 결혼 동맹도 상관없었다. “너무 우습지 않아요? 지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.” “그 멍청한 계집은 죽을 때까지 모를 거다. 선황제와 내가 반역죄를 뒤집어씌웠다는 걸.” 그러나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,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를 떠올렸다. 평화 협정의 조건이 나라면 기꺼이 사라져 주겠노라고. 첨탑 아래로 몸을 던진 순간, 제국을 짓밟은 적국의 정복자, 세이른 본 데블린이 절규했다. “황녀, 제발, 제발, 죽지 마시오!” ‘당신이 왜. 당신에게 나는 그저 전리품일 뿐인데.’ *** 그렇게 기적처럼 7년 전으로 회귀한 뒤, 사랑을 구걸하던 삶 따위는 버리기로 했다. 대신 외가의 복수를 꿈꾸었다. 그를 위해 필요한 단 한 사람. 나를 버린 제국을 무너뜨릴 그리고 내 죽음을 유일하게 슬퍼할 사람, 세이른 본 데블린. “감히 사랑받기를 바라지 않아요. 그저 대공비로서의 의무만 다하겠습니다.” 이 결혼은 완벽한 계약이었다. 아니, 그렇게 생각했다. “빌어먹을 계약보다도 그대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해.” 세이른 그가 나를 갈구하기 전까지는. “그대와 손만 맞대는 건 한계가 있다. 더 밀접한 접촉이 필요해.” 이해할 수 없었다. 당신이 나를 열망하는 이유를. 그것도 사랑받기를 포기한 뒤에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