줄거리
버그로 망한 게임에 빙의했다. 용사를 너무나 짝사랑해 성녀 여주를 괴롭히던 노답 민폐 악녀로. 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……. “일어났네.” 완벽한 복근? 아니, 마왕의 배(ship) 위의 배(신체 부위)가 스타팅 포인트인 건 그냥 죽으라는 거 아냐! 어, 근데 잠깐만. ‘이 게임, 나랑 마왕이 나란히 죽는 게 엔딩이었을 텐데?’ 엔딩 난 지 이미 5년이나 지났다는데 둘 다 멀쩡하다. 마왕은 분명 핵이 깨져 소멸하고, 악녀는 동료들에게 버림받아 마그마로 떨어지지 않았나? [ 삭제된 메모리입니다.] [기억을 복구하려면 {열쇠-일기장}을 찾아 {소각장}을 해금하세요.] 뭐야, 나 여기 온 적 있나 봐. * * * 다짜고짜 감금부터 하는 마왕에게서 간신히 도망쳤더니 에러와 버그가 판치는 이 세상, 개판도 이런 개판이 따로 없다. “라미아, 정말 너야? 아니면 또 환각인가? 이번에도 다 죽여야 깨려나?” 그림처럼 번듯하던 용사는 여주도 버린 채 광전사로 미쳐 날뛰고 있고, “도망치고 싶었으면 이보단 멀리 갔어야지, 아가씨. 바다는 내 구역이야.” 이그드라실의 성기사단장은 해왕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, “더 근사한 여자가 됐네요, 자꾸 탐나게.“ 인자하다던 인간계의 군주는 개소리를 짖어 대며 치근덕거리질 않나, "넌 그때 그냥 죽었어야 했어." 마냥 천사표였던 여주가 이젠 더 악녀처럼 군다. 무엇보다 가장 의심스러운 건. “네 계획에 허점이 하나 있다면, 그건 내가 널 아는 만큼 네가 날 모른다는 거야.“ 나처럼 부활했다는 이 마왕, 정말 세계를 멸망시킬까? 내 눈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데.